당근과 토마토를 함께 갈아 마신다고 해서 혈당이 반드시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당근과 토마토는 모두 비교적 탄수화물이 적은 비전분성 채소에 해당합니다. 설탕이나 과일을 추가하지 않고 적당한 양을 먹는다면 일반적인 과일주스나 단 음료와는 차이가 큽니다.

다만 같은 당근·토마토 음료라도 재료의 양, 만드는 방법, 설탕이나 과일을 추가했는지, 한 번에 얼마나 마시는지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집니다. 당뇨 가족력이 있다면 단순히 ‘당근은 달아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전체 탄수화물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근도 먹어도 됩니다

당근에는 자연적으로 당이 들어 있어 토마토보다 탄수화물이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당근을 당뇨 때문에 피해야 하는 고당질 식품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미국당뇨병협회는 당근과 토마토를 모두 비전분성 채소로 분류합니다. 비전분성 채소는 일반적으로 탄수화물과 열량이 적고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식품입니다.

따라서 당근 반 개나 한 개와 토마토 한두 개 정도를 이용해 만드는 음료와 설탕이 많이 들어간 과일주스를 같은 음식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갈면 섬유질이 사라질까

여기서 가장 많이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믹서로 갈면 식이섬유가 모두 파괴되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른다는 설명입니다.

당근과 토마토를 믹서에 넣고 껍질과 과육까지 그대로 갈아 모두 마신다면 식이섬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섬유질의 물리적인 구조가 잘게 부서질 수는 있지만 과육을 버리지 않는 한 원래 들어 있던 식이섬유 상당 부분을 함께 섭취하게 됩니다.

실제로 과일을 통째로 먹은 경우와 믹서로 갈아 먹은 경우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믹서로 갈았다는 이유만으로 혈당 반응이 반드시 더 커진다고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갈기만 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믹서와 착즙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믹서와 착즙기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당근과 토마토를 믹서로 갈아 건더기까지 마시는 형태라면 흔히 주스라고 부르더라도 실제로는 스무디나 퓌레에 더 가깝습니다.

반면 착즙기를 이용해 즙만 짜거나 갈아 놓은 뒤 체에 걸러 과육을 버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식이섬유가 상당 부분 제거되고 같은 양의 채소를 훨씬 빠르게 마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당이 걱정된다면 즙만 짜내기보다는 과육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갈아 먹는 방식이 좋습니다.

양이 더 중요합니다

혈당에는 ‘갈았는가’보다 한 번에 들어가는 탄수화물의 총량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근 반 개와 토마토 한 개에 물을 넣어 한 잔을 만들고 설탕을 넣지 않았다면 탄수화물 부담은 비교적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건강주스라고 생각해 당근 두세 개, 토마토 여러 개, 사과 한 개, 바나나 한 개, 꿀까지 넣어 큰 병으로 마신다면 탄수화물과 당의 양은 크게 증가합니다.

모두 자연식품이라고 해도 한꺼번에 갈아 마시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혈당 관리에서는 재료 하나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기보다 한 잔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과와 바나나는 주의합니다

당근 토마토주스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사과나 바나나를 함께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맛은 좋아지지만 혈당 관리 측면에서는 오히려 탄수화물량이 크게 늘 수 있습니다.

과일 자체를 먹는 것은 건강한 식사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여러 개의 과일을 한 번에 갈아 한 잔에 넣으면 평소에는 한꺼번에 먹지 않을 양의 과일을 쉽게 섭취하게 됩니다.

특히 꿀, 설탕, 시럽, 가당 요구르트, 과일청, 농축과즙까지 추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근과 토마토만으로도 충분히 음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공복에는 마시면 안 될까

공복에 마시면 무조건 나쁘고 식후에 마시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혈당 상승에는 음료 자체의 탄수화물량과 함께 무엇을 같이 먹는지도 영향을 줍니다.

탄수화물을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가 포함된 음식과 함께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밥이나 빵, 면을 충분히 먹은 뒤 많은 양의 주스를 추가하면 식사 전체의 탄수화물량이 늘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당 관리가 목적이라면 특정 시간대를 찾는 것보다 한 번에 먹는 전체 음식의 양과 구성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올리브유를 넣으면 괜찮을까

토마토에 올리브유를 곁들이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지방을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면 소화와 혈당 상승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리브유가 당근이나 토마토의 당을 없애 주거나 혈당 상승을 막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올리브유 역시 열량이 높은 식품이므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많은 양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상황별 차이

당근 반 개와 토마토 한 개를 물과 함께 갈아 과육까지 마시는 경우라면 비교적 부담이 적은 조합입니다. 단맛이 부족하다고 설탕을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근 한 개와 토마토 두 개에 사과 한 개를 추가하면 앞의 경우보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커집니다. 여기에 꿀까지 한두 숟가락 추가하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당근과 토마토를 여러 개 넣은 뒤 착즙해서 과육을 모두 버리고 큰 컵으로 빠르게 마시는 경우도 주의해야 합니다. 채소를 씹어 먹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당근·토마토 음료도 제품마다 다릅니다. 채소즙 100% 제품인지, 과일농축액이나 설탕이 들어 있는지 영양정보와 원재료명을 확인해야 합니다.

생으로 먹는 것이 더 좋을까

혈당 관리와 포만감만 생각한다면 당근과 토마토를 씹어 먹는 방법이 가장 단순합니다. 씹는 데 시간이 걸리고 실제 먹은 양을 알아차리기 쉬워 과하게 섭취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믹서로 갈아 먹는 것 자체를 피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과육을 버리지 않고 설탕이나 많은 양의 과일을 추가하지 않으며 적당한 양을 마신다면 식사 방법의 하나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2형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이 함께 작용합니다. 부모나 형제자매 등 가까운 가족에게 당뇨병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당근 토마토주스 한 잔을 마신다고 당뇨병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체중, 운동량, 전체 식습관, 나이, 가족력 등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력이 있어 걱정된다면 특정 음식을 먹은 뒤 가정용 혈당계 숫자만 확인하기보다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혈당을 직접 재봐도 될까

이미 당뇨병이나 당뇨병 전단계로 혈당을 관리하고 있다면 같은 양의 음료를 마신 뒤 자신의 혈당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식사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 식사를 한 뒤 가정용 혈당계로 측정한 한 번의 수치만으로 당뇨병 여부를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당뇨병 진단은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표준화된 경구당부하검사 등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공복혈당이 100~125mg/dL이거나 당화혈색소가 5.7~6.4%라면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할 수 있으며, 공복혈당 126mg/dL 이상 또는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합니다.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서 재검하여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

당근 토마토주스를 마시고 싶다면 당근과 토마토의 양을 지나치게 늘리지 않고, 과육을 버리지 않은 상태로 갈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설탕, 꿀, 과일청은 넣지 않는 것이 좋으며 사과나 바나나를 넣는다면 그만큼 탄수화물이 추가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혈당이 특히 걱정된다면 음료로 큰 컵을 만드는 것보다 당근과 토마토를 반찬이나 간식으로 직접 씹어 먹는 방법도 좋습니다.

결론

당근과 토마토만 적당량 갈아 과육까지 먹는 음료가 혈당을 크게 올리는 음료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두 식품 모두 비전분성 채소에 해당하며, 믹서로 갈았다는 이유만으로 식이섬유가 없어지고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한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혈당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한 번에 사용하는 재료의 양, 과육을 제거했는지, 설탕·꿀·과일을 추가했는지와 식사 전체의 탄수화물량입니다. 당뇨 가족력이 있다면 음료 자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정기적인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검사와 함께 전체 식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